+ 캐딜락 CT5 350T 시승기 브랜드의 선택과 집중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의 중심인 프리미엄 중형 세단 CT5 스포츠가 출시되고 브랜드의 새로운 네임 변경이 완료됐다. 전작인 CTS가 CT5로, ATS가 CT4로 최종적으로 풀 체인지를 마치며 SUV는 XT 라인업, 세단은 CT 라인업으로 완전히 교체됐다.
4, 5, 6으로 정리된 캐딜락 세단 라인업은 컴팩트, 중형, 대형 사이즈로 왜건이나 쿠페와 같은 파생 상품에 대한 신차 계획은 미정이나 신형 에스컬레이드가 6월 국내 출시를 알리고 있어 브랜드의 신차 출시는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신차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에게 선 보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캐딜락 브랜드의 중심인 CT5 스포츠 트림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우한 CT5 스포츠는 프리미엄 트림과 내, 외관의 차이 및 서스펜션에 차이를 두고 있다. 말 그대로 프리미엄 트림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스포츠 트림은 날카롭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스포츠 세단의 강렬한 첫인상을 제공한다.
시승한 모델은 2020년식연식 모델로 년식 변경을 거친 2021년식에서는 외관의 변화의 없으나 Full LCD 디지털 클러스터 및 내장 옵션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이고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것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경쟁 모델인 E 클래스, 5시리즈, A6 등에서 디자인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단언 최고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브랜드의 존재감이라고 할 수 있는 버티컬 LED와 슬림하고 날카로운 LED 헤드램프, 커다란 블랙 메쉬 그릴과 공격적인 범퍼와 스플리터 등은 캐딜락의 고성능 디비전 인 V 시리즈의 디자인을 온전히 적용해 먹이를 사냥하기 전 최대한 몸을 낮추고 뛰어 나갈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풀 체인지와 함께 스포츠 세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올 인을 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날렵하고 낮은 차체는 실제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존재감이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모습으로 신차를 선택하는 데 있어 스포츠 세단의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CT5 스포츠 트림은 그에 대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모델일 것 같다.
19인치 휠 타이어와 외관 곳곳에 적용된 블랙 익스텐션 로커 몰딩, 리어 스포일러,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 바디 컬러 인서트 및 로우 디퓨저, 듀얼 배기팁 등은 누가 보아도 스포츠 세단 임을 과시하고 그 존재감을 빛내며 주변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 이상이다.
블랙 몰딩으로 처리하고 C 필러 엔드까지 윈도우를 확장 해 쿠페형 세단들이 보여주고 있는 C 필러 디자인을 새롭게 정의하고 차체를 더욱 길고 낮게 보이도록 만들며, 유려하게 이어지는 C 필러의 곡선은 익히 알고 있는 미국차의 감성이 아닌 유럽 스포츠 세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면 볼 수록 많은 부분에서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지는 디자인 요소는 눈을 즐겁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력 성능과 기능을 충족시키는 캐딜락의 디테일은 전작은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고 브랜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한층 성숙되고 깊어진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만족도가 만족 그 이상을 어필한다.
특히, 공력 성능을 높이고 풍절음을 줄이면서도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매우 슬림한 사이드 미러는 최근 선 보이는 디지털 미러와 같은 느낌으로 처음 접할 경우 당혹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적응이 되고 A 필러의 시야를 크게 높이면서도 사각지대를 줄인 미러 디자인은 꼭! 디지털 미러가 아니라도 디자인과 경험 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외관에서 강조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정체성을 통일감 있게 표현한다. 밝은 컬러의 세도나 세비지 시트와 풍부한 볼스터, 블랙 헤드라이너와 스웨이드 마이크로 파이버 스티어링 휠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의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도 블랙, 밝은 컬러의 시트, 카본 파이버, 스웨이드, 알루미늄, 마그네슘 소재 등을 통해서 화려함 과는 분명 거리가 있지만 드라이빙에 오롯이 집중하면서도 캐딜락 고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얼마전 그랜저가 르블랑이라는 신규 트림을 선 보이며 스티어링 & 암레스트에 스웨이드를 적용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으로 소재의 적절한 사용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참고로 21년형 모델에는 아날로그가 아닌 12인치 Full LCD 디지털 클러스터, 레드 키 풉, 무선 애플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가 추가되어 상품성을 크게 향상했다.
볼스터를 크게 키운 시트는 낮은 시트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탄탄한 쿠션감 그리고 높은 홀딩력으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아닌 굉장히 스포티한 자세를 만들도록 유도하여 스포츠 세단에 타고 있다는 것을 굳이 느끼려 하지 않아도 탑승하는 것만으로도 알게 되는 브랜드의 선택과 집중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한껏 자세를 낮춘 차체에 낮은 시트 포지셔닝은 스포츠 드라이빙 감성에 집중했고, 클러스터,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모두 직관적인 사용성과 구성으로 여유롭게 창밖의 풍경을 즐기며 달리는 것보다는 다이내믹한 주행에 집중한 모습으로 마니아를 위한 구성이라고 해도 좋다.
4,925mm의 전장, 2,947mm의 휠 베이스는 전작에서 동급 대비 조금 작았던 것과 달리 준수한 수준으로 2열 레그룸의 협소함을 완전히 해결했다. 볼륨감을 크게 키우고 낮은 루프 라인의 설계로 시각적으로 동급 대비 작아 보일 수 있으나 실제 탑승에서 경험하는 공간은 1열과 동일하게 2열 또한 스포티한 포지셔닝은 충분히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CT5 스포츠, 정확히는 CT5 350T 스포츠 트림으로 4기통 2.0L 트윈 스크롤 터보와 하이드로매틱 10단 변속기 그리고 브렘보 브레이크와 MRC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조합을 이룬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kg.m는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인연비 10.2km/L (도심 8.7 / 고속 12.7)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걸면 특유의 배기 사운드가 나즈막이 뒤쪽에서 흘러 들어온다. 1,500~3,000 rpm 구간에서 독특한 날 것 그대로의 거친 사운드를 뺃어낸다. 4기통 임에도 불구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운드는 아메리칸의 감성을 전하기라도 하듯이 독일 및 유럽의 배기 사운드 와는 완전히 다른 마초적인 분위기를 추가했다.
공격적인 드라이빙 포지셔닝에 몸을 맡기고 서서히 가속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하게 조여진 섀시에 오는 묵직함이 캐딜락이 이번에는 작정하고 스포츠 세단에 오롯이 집중했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바닥에서 무언가가 끌어당기는 듯 납작 엎드린 차체에 MRC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길지 않은 댐핑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잔 진동을 잘 걸러주지만 영락없는 스포츠 세단의 직관적이고 단단한 승차감으로 섀시에 화답을 한다.
마이모드 / 투어 / 스포츠 / 스노우,아이스 4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구성은 크게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컴포트에 해당되는 투어 모드에서도 편안함보다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빈틈없이 조여진 섀시와 납작 엎드린 MRC의 조합은 다이내믹한 주행을 해야 만 하는 이유를 속도에 관계없이 운전자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한다.
사륜 구동이 대세지만 후륜을 고집하는 캐딜락의 전자식 랙 타입 스티어링은 투어 모드에서 오히려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조향각이 적을 경우 한 없이 부드럽지만 속도가 오르고 조향각이 커지면 복원이 커지면서 후륜의 미끄러짐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비로소 부드럽지만 직관적이고 노면의 환경을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을 통해서 가감 없이 운전자에게 전달 해 운전자가 먼저 차량을 제어하고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퓨어 스포츠 세단에 대한 감각을 선사하며 최근 선 보이는 스포츠 세단들이 한없이 편해지는 것에 대한 반기 또는 변심에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면 순간순간 엑셀 컨트롤에 따라 후륜을 미끄러 뜨리며 오롯이 운전자에게 컨트롤을 넘기는 후륜 스포츠 세단의 있는 그대로의 맛과 감성을 전하는 움직임은 이전 세대에서 독일 스포츠 세단에 경쟁하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이 아닌 브랜드 만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이를 알아주는 오너를 기다리겠다는 자신감, 자부심을 내 비췬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캐딜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렘보 브레이크는 차량 세팅에 걸맞게 제동 성능이 너무 좋아서 탈이다. 초반부터 강하게 디스크를 부여잡고 속도를 낮추는 제동 성능은 부드럽게 달래며 주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말하면 잔소리 인 브렘보 브레이크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지향점을 통일성 있게 보여주는 이러한 구성은 편하고 고급스러운 주행을 원하는 오너라면? 캐딜락이 아닌 경쟁 모델을 선택하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구성, 조합, 세팅은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후륜 스포츠 세단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E 세그먼트의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고 있음에도 초지일관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움직임으로 스포츠 드라이빙의 감성을 날 것 그대로 전하는 CT5에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큰 실수 아닌 실수를 하나 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2.0L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이다. 프리미엄이 아닌 스포츠 트림에 고성능 디비전 인 V 시리즈를 그대로 옮겨 온 만큼 출력 또한 이에 화답을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의 2L 터보와 10단 변속기는 최소 스포츠 트림에는 이렇다 할 열정을 보여주진 못한다.
일상 그리고 스포츠 드라이빙에 크게 부족하거나 모자라지는 않는 적당한 성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섀시와 MRC 그리고 차량의 전체적인 세팅에는 그 어떤 맛, 감성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2.0L 엔진은 현행 CT4 그리고 CT5 프리미엄 트림에 양보하고, 스포츠 트림에는 3.0 트윈 스크롤 터보를 탑재 해 CT5-V로 출시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시승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약 600만원 이상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하위 세그먼트인 C 클래스, 3시리즈의 가격으로 E 세그먼트 스포츠 세단을 구입할 수 있는 수입 가성비 스포츠 세단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갖춘 CT5는 분명 매력 넘치는 프리미엄 세단 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독일 중형 세단에게 늘 한 발짝 밀리고 있는 국내에서 이번엔 제대로 선택과 집중에 매우 성공적인 조합을 선 보이고 있는 CT5 스포츠 트림은 2L가 아닌 3L 배기량으로 상품성과 경쟁력만큼 수입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퍼포먼스로 경쟁 모델들과 승부를 펼쳤으면 어땠을까?라는 유일한 아쉬움이 남는 그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간만에 느껴 보았던 캐딜락 CT5 스포츠 트림은 꽤나 긴 시간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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