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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Gadget

투명 모니터’ 시대 온다

by 쭌's 2008. 2. 22.



투명한 유리에 전원을 켜자 윈도 프로그램이 작동하며 컴퓨터 모니터로 바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컴퓨터 자판 자리는 손을 올림과 동시에 자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HP가 지난해 초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2012년께 상용화할 첨단 디지털 기기의 아이디어들이다.

그런 투명 모니터 시대가 멀지 않았다. 2~3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일 연구진들이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투명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데 이어 이를 응용해 투명 디스플레이가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삼성전자·LG전자·광주과기원 등이, 외국에서는 미국의 오레곤주립대, 일본의 도쿄공대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는 올해 투명도가 60% 정도인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도 했다.

◇배선과 트랜지스터도 투명=유리창에서 밖을 훤하게 보려면 투명도가 80% 이상은 돼야 한다. 투명한 화면을 만들려면 전기회로와 트랜지스터, 전극 등 관련 부품이 모두 투명하지 않으면 그렇게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부품 중 많이 쓰는 트랜지스터만해도 실리콘이나 일반 화합물로 만든 것들은 투명하지 않다. 구리선으로 만든 회로와 부품을 부착하는 기판(基板)도 지금의 컴퓨터에 들어 있는 것으로는 투명하게 만들 수 없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투명전자소자팀 황치선 박사는 “투명 반도체 소재는 아연산화물 등 금속 산화물을 활용한다”며 “투명 트랜지스터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이용해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게 큰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산화물로 트랜지스터와 배선을 만든 뒤 유리 위에 인쇄하듯 붙인다. 유리 대신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도 한다. 투명 소자를 만들거나 기판 위에 소자를 부착하는 공정이 섭씨 250도 이상의 높은 온도면 유리를 사용하기 어렵다. 플라스틱 역시 온도가 높으면 쭈글쭈글해지고, 녹아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

유기발광다이오드는 전기도 적게 소모하고, 화면 전환도 기존 평판TV보다 빠르다. 색상도 별도의 컬러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고품질의 색상을 얻을 수 있다. 투명 금속 전자소자와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결합해 만든 디스플레이가 미래 주요 디스플레이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자동차 앞 유리도 모니터 역할=투명 디스플레이는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상용 제품이 나오면 그 응용은 대단히 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 앞 유리도 투명 디스플레이로 바뀔 수 있다. 지금은 각종 계기판이 운전대 밑에 붙어 있지만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이 상용화하면 앞 유리창에서 남은 연료량, 속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운전 중에 시선을 돌릴 필요도 없다. 앞 유리창에 내비게이션이 투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조종사도 앞 유리창만 보면 운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된다.

수족관의 모습도 바뀔 것이다. 수족관에 커다란 투명 스크린을 부착해도 관람객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관람객은 스크린에서 어류에 대한 정보와 수족관 안의 어류를 비교하면서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지능형 쇼윈도, 양방향 정보 전달창 등 다양한 분야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응용할 수 있다. 양방향 정보 전달창의 경우 두 사람이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도 서로 마주보면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디스플레이의 앞에 서야만 볼 수 있지만 그런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다.

KIST 김일두 박사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두루마리나 휘어지게도 만들 수 있는 기초기술은 많이 개발됐다”며 “소자의 안정성과 내구성만 향상하면 미래 디스플레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이 201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2015년에는 2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각종 전자 제품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대부분 여러 가지 유기물을 혼합해 만든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지금의 액정TV처럼 뒤에서 빛을 비춰주는 장치가 필요 없다. 전기도 적게 소모하고, 얇게 만들 수 있다.

[J-HOT][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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