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d story

Enjoy Food # 신림동 순대마을

by 쭌's 2008. 1. 29.
  경쾌한 안내원의 목소리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내린
신림역! 사람이 하도 많아 앞으로 걸어가는 건지,
뒤에서 밀려가는 건지 구분되지 않는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3, 4번 출구.
당당히 첫걸음을 띤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앙증맞게 순대마을이라 쓰인
표지판
이 보인다. 떨리는 마음으로 돌아선 골목에 나타난 건,
역시나 순댓집! 아,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구나. 순대 골목을
기대하고 찾아온 사람은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순대 골목은
골목이 아니니까. 응? 무슨 소리야, 라고 머리를 갸웃거리는
당신에게 알려드리는 놀라운 사실. 순대 마을은 위로 솟아있다!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5층짜리 건물 두 개가
떡, 하니 서있다. 왼쪽은 민속 순대타운,
오른쪽은 양지 순대타운인데 이곳에 순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992년 4월, 원래는 순대골목이었던 곳이 건물이
하나 들어서 '민속 순대타운'이라 명명되어
지고, 하나 둘 순대집이 들어차다보니 골목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다 원래 양지병원이 었던
옆 건물에 '나도 순대집 할테다.' 라며 사람들이
모여들어 '양지 순대타운'이 들어서게 되는데...
형제 같이 오순도순 보기 좋다.
  민속은 1층부터 4층, 양지는 2층부터 5층까지 순대집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민속 순대타운에는 순대집이 하나인 것으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골목 입구에서 보면 1층 신림동 또순이 원조 순대집 간판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민속 순대타운의 경우 1, 2층에
하나씩, 3, 4층에 각각 17개, 9개의 순대집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했더니 배가 슬슬 고파온다. 서른하나 중에 하나를
골라야하는 베스킨라빈스보다야 낫겠지만, 이거, 어디서 먹어야 될지 벌써부터
고민이 앞선다. 해서, 무턱대고 민속 순대마을 3층에 올라갔다.
그랬더니 갑자기 손짓하는 수많은 사람들!
 
  얼떨결에 끌려간 집은 318호 미자집. 호객 행위에 당황하는 걸 보니 처음 온 사람인 줄 알아보겠다며
웃으시는 아줌마가 범상치 않다. 한 층에 구분도 없이 순댓집 열일곱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람에 이집
저집 분간도 잘 안 된다. 하지만 주인장이나 가게 이름을 보고 척척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많다고. 특히나
순대는 여자 음식이라는 주인장 아저씨 말대로 여기저기 모여 수다를 늘어놓는 여자 분들이 눈길을 끈다.
순대마을 취재(?)차 나왔다는 말에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아저씨. 사이다 한 병도 공짜로 주시는 센스까지.
"저..여기 뭐가 제일 맛있나요?"
손님 열 중 아홉은 양념순대를 시킨다고 하지만, 약간 맵다고 하는 말에 덜덜. 그래서 백순대를 시켰다.
  여기서 다시 질문 추가. 둘이 간다고 2인분 시키면 어떻게 될까나?
신체 건장한 대한민국의 남정네가 아니면 백이면 백, 남긴다. 인심이 과도하게 좋으신 주인장 아저씨,
말 그대로 퍼 담아 주신다. "양은 주인 컨디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기름 두르고 순대,곱창,그리고 특별재료인 쫄면을
올려놓는다. 처음엔 쫄면이 익지 않았기 때문에 양이
뻥튀기되어 보이기 때문에 양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많긴 많지만~~
 
  백순대가 어느 정도 볶아졌다 싶으면 감자탕에
들어간다는 그 들깨가루가 듬뿍듬뿍 뿌려진다.
이것이 고소한 백순대의 비밀이라면 비밀이다.
그리고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인 쫄면도
순대와 함께 씹으면 환상이다.
참고로, 중간에 고추를 썰어 넣는데 각자 기호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해준다. 혹시나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조리 전에 이야기하자.
 
  양도 많겠다, 시간을 들여가며 천천히 먹다보면
'아, 순대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다니'라는
감탄이 절로 난다.
싱싱한 깻잎에 막장 잔뜩 찍은 순대를 올려놓고
쫄면, 곱창, 야채 이것저것 올려놓아 양껏 싸먹으면
입 안에 가득 고소한 백순대 향이 퍼진다.
중간에 서비스로 주시는 '직접 끊인 식혜'로 함께
마시면 좋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