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의 상징, 스타크래프트 밴의 허와 실. |
‘별들이 타는 차’ 실상은 애물단지 / 신일하 |
작성일 : 2008-03-03 |
[인터뷰365 신일하] “교통위반 딱지(범칙금)가 한 달에 1천만 원 넘게 나온대요. 사무실을 가보니 책상에 딱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데.” “회사 차 몇 대나 되 길래.” “글쎄요. 20대 넘는다고 한 것 같아요” “그럼 매일 딱지 안 떼는 차 몇 대 안 되잖아” “그래서. OO형이 골치 아프다더군요. 회사 설립할 때 200억 들어갔는데 바닥이 났다며.” “어! 얼른 속도 줄여. 카메라 나타날 때 되었어.” 일산 SBS TV에 볼일이 있어 자유로를 달리며 어느 매니저와 나눈 대화다. 개그스타와 5년 동안 일하다 독립하여 요즘 탤런트 매니저가 된 그는 MBC가 일산으로 드라마 센터를 옮기는 바람에 ‘여의도 방송시대’가 지나고 ‘자유로=스타로’가 되었다면서 “연예인들이 이 도로에다 딱지로 포장할 날도 멀지 않았네요”하고 익살을 떨었다. 스타 배출에 기동력 완비는 필수 조건이다. 방송출연은 물론 영화, CF, 이벤트행사, 각종 인터뷰 등 일정에 따라 약속을 지키려면 기동력 좋은 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타로 떠오르면 ‘시간=돈’의 등식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스타 매니지먼트 전문 연예기획사들은 기동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수법을 동원 한다. 1년에 차량유지비와 범칙금 딱지 값만 수억원. “방송은 시간이 생명이야. 고까짓 거. 과속 딱지 떼어야 7만원이잖아. 그냥 밟아버려”하며 불법주행 한다는 것이다. 해외 CF 촬영하러 가는 스타가 늦어 탑승 못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고속도로가 막혀 이벤트 행사에 참석 못하는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천문학적 개런티가 날아간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스타 로드 매니저들은 속도 감시 카메라가 보여도 그냥 질주할 밖에 없다며 토로한다.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코스닥 등록회사들이 늘어나고,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안정적 기반을 닦지 못한 채 지금은 그 거품을 빼느라 진통을 겪고 있죠. 특히 연예인 매니지먼트에 뛰어든 업체들이 내실을 기하지 못해 대부분 허덕이는 형편인데 좋았던 시절은 지난 것 같아요” KBS 별관에서 만난 A연예기획사 이사 K씨는 “투자자들이 웃고 들어왔다 울고 나가는 꼴이 되었다.”고 비유했다. 드라마 제작 등 컨텐츠 개발에 기를 쓰지만 연예기획사들의 수익 창출은 한계점에 이르렀다며 그는 “선배들이 해준 충고가 기억나요. 딴따라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한 게”하며 한류가 반짝했을 때 스타상품화에 기대를 걸었으나 요즘은 마치 지는 해를 보는 느낌이란 것이다. 스타를 배출하여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워진 건 감당해야 할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란다. “스타를 키우고 관리하는데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이 들어가요. 운전하는 로드와 일반매니저, 메이크업, 코디, 스타일리스트 등 인건비 이외에 연예기획사의 지출 경비가 많아요. 우리 회사의 경우 차량이 20여대나 되는데 유지비가 만만치 않죠. 사고는 보험처리 하지만 그만큼 보험료가 올라 부담되고 쉬는 날 없이 돌리다 보니 교통위반 딱지 같은 건 조족지혈로 생각하게 되죠.” 베테랑급 로드라도 과속, 앞지르기 등 범칙금 7만원의 딱지를 떼지 않고 기동하는 게 힘들다고 말한 그는 “서울 시내에 ‘매니저 차선’이란 게 있어요. 운전 요령이 많은 로드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도로 중앙의 안전도로를 알아놓고 이용하는 곳이다”면서 비상등을 키고 갓길을 곡예 운전하지만 범망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스타들은 ‘별들의 차’라 불리는 스타크래프트 밴을 선호한다. “요즘 기획사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게 뭔지 아세요. 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죠. ‘몸값 5억 이상 연예인만 타는 차’라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값도 못하는 퇴출 대상 스타가 생겨 그런 현상을 빚지요. 30여대를 소유한 곳도 있으나 적자운영에 허덕이다 보니 밴이 울며 겨자먹기 식 꼴이 된 겁니다” 차량 유지와 인건비 이외에 교통위반 딱지로 연간 수억 원을 지출하는 곳도 있다고 밝힌 K씨는 “매니지먼트 사업이 겉은 화려해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 밴을 타야만 품위가 유지될까? 자신의 회사는 2대의 밴을 세워놓았다고 귀띔해준 그는 “한 달에 1천만원 넘게 교통딱지로 새는 걸 줄이고자 오너가 이런 꼼수(?)를 쓴다.”며 털어놓았다. “밴에서 내려 열렬한 팬들의 환호와 불빛 찬란한 TV카메라 조명 아래 경호원 안내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오르는 스타는 가슴 뿌듯할지 몰라요. 그 풍경을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 앓는 오너의 심정을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예외의 스타도 있다. <주몽>으로 정상에 오른 탤런트 송일국. 전속사의 제의를 뿌리치고 그는 국산차 애용의 스타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것. 기획사는 안정성과 예우 차원에서 밴 등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지만 스타들은 전속사 속 앓이에 나몰라하는 게 현실이다. 레드카펫을 밟고 오르는 스타의 품위 유지를 위해 마지못하여 밴을 렌트해 쓰는 회사도 있다는 것. 선진 기법이 도입된 엔터테인먼트 기업 경영에 이런 ‘눈 가리고 아옹’이 통하다니 정말 알다 모를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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