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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tory

캐나다로키 트레킹 - 세계 최대 스키리조트 휘슬러

by 쭌's 2008. 2. 28.
캐나다로키 트레킹 - 세계 최대 스키리조트 휘슬러

▲ 블랙콤 정상. 오른쪽이 여름에도 스키를 타는 빙하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깊은 산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난다. 산새들마저 떠난 겨울 산역에서 태고의 속삭임에 마음 열리고 길을 찾는 사슴들의 발걸음을 눈 위에서 읽는다. 산은 새봄에 꽃 피울 산초들을 다독이며 땅속 깊이 숨어든 다람쥐들을 보듬어 안고 겨울을 사색한다. 그 다람쥐들이 지르는 소리 때문에 이름을 바꾼 산이 있다. 바로 휘슬러(Whistler·2,182m)다.


산만 휘슬러가 아니라 마을도 휘슬러라 부르게 됐고, 세계적인 스키타운이 됐다. 산이 높고 아름다워 처음에는 런던(London)으로 불렸으나, 이 산에 사는 웨스턴 헤어리 마모트(Western Hairy Marmot)라는 땅굴 다람쥐들이 요란하게 휘파람(whistle)을 불어대는 바람에 그런 이름을 얻었다.


겨울이 되면 다람쥐들의 휘파람은 땅속으로 잦아들고 엄청난 눈이 그 위를 덮는다. 휘슬러 산정을 오르면 바로 로키의 산들이 겹겹이 이어진다. 거기에도 좋은 고개가 있고 산길이 있다.


휘슬러의 역사는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이틀(Myrtle)과 알렉스(Alex)라는 처녀총각이 만나 사랑을 나누며 1910년 결혼하게 된다. 지금의 알타(Alta) 호수 북서쪽에 있는 10에이커의 땅을 그 때 돈 700달러에 사서 방 4개 짜리 낚시민박(fishing lodge)를 지었던 것이 휘슬러의 시작이다. 그 때의 로지가 지금도 남아 있다.


▲ 눈 덮인 휘슬러를 오르는 하이커들.
이곳의 스키 역사는 오랜 세월이 지난 1960년에 와서야 시작되는데, 딕 페어허스트(Dick Fairhust)라는 사람이 8기통 포드엔진으로 450피트의 로프 토(rope tow)를 운행한 것이 효시다. 1966년에 본격적인 스키장이 개설됐고, 1980년에 이르러 마주보이는 블랙콤(Blackcomb·2,440m)에 스키장이 하나 더 만들어져 명실 공히 세계적인 스키타운이 된 것이다. 양쪽 산을 두루 잇는 12km나 되는 주행 코스가 있고, 짧은 코스도 많이 있다.


지금 BC(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휘슬러에 2010년 동계 올림픽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캐나다 내에서는 경쟁을 이겨냈지만 한국과 스위스를 상대로 또 겨루어야 하는 것이다. 스키어가 아니더라도 덩달아 관심이 쏠리는 휘슬러다.


밴쿠버 시내에서 휘슬러까지는 120km로서 2시간쯤 걸린다. 가는 길에도 볼거리들이 많다. 시내를 벗어나면 섬으로 가는 페리 터미널이 있는 호수베이로부터 ‘바람의 여인’이라는 뜻을 가진 스쿼미시까지 ‘바다에서 하늘로’라는 별명을 가진 44km의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HWY99에 속해 있는데, 한쪽은 산, 다른 쪽은 바다다. 깎아지른 절벽 밑을 지나기도 하고 산 중턱에서 떨어지는 폭포도 본다.


휘슬러로 가는 길에 특별한 볼거리가 하나 있는데, 세계적인 암벽으로 알려진 스테이워머스치프(Stawamus Chief)라는 화강암 바위산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암벽으로, 280개의 암벽코스가 있어서 세계의 암벽꾼들이 동경하는 바위산이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아득한 바위에 클라이머들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정상을 오르는 산길이 뒤편으로 나 있어 많은 산꾼들이 오른다.


인구 15,000명의 스쿼미시를 지나 바로 만나게 되는 브래큰데일(Brackendale)은 겨울철에 미국 국조(國鳥) 흰머리독수리 수천 마리가 모여들어 겨울을 난다. 연말연시면 많은 사람들이 이 독수리들을 보기 위해 몰린다.



용평스키장 20배의 세계적인 스키장


▲ 용평스키장의 20배 규모인 세계적인 스키리조트인 휘슬러. 그러나 낚시꾼을 위한 민박이 들어선 것이 시초다.
스쿼미시를 지나면 산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게 된다. 산에 이끌리고 눈 경치에 취하면서 1시간쯤 달리면 휘슬러에 닿는다. 휘슬러가 세계적인 스키타운이 된 것은 그 규모에 있다. 스키장 넓이가 7,071에이커로, 우리 계산으로 850만 평(약 28,614,9㎢)이나 된다. 용평스키장의 20배나 되니 한국에 있는 스키장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 3개의 곤돌라를 포함하여 리프트가 33개로 매시간 60,000명의 스키어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시설을 자랑한다.


9m가 넘는 연중 적설량에 200개나 되는 길고 짧은 슬로프가 있어 서로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게 된다. 다양한 코스 외에도 정상에서부터 아래까지 초보자를 위한 안전한 슬로프가 계속 이어져 있어 어디서나 다 같이 함께 즐기게 되어 있다.


여름에 산우회원들과 함께 휘슬러에 올라 보았으나 겨울철은 어떨까 하고 1월16일 눈 쌓인 정상을 찾아가 보았다. 스키를 신지 않으면 정상까지 갈 수 없으니 부득불 먼지 쌓인 장비를 털어 차에 싣고 휘슬러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다 리프트를 여러 번 갈아타고 마지막으로 ‘The 7th Heaven Express’(제7 천국급행) 리프트를 타면 블랙콤 스키장 정상에 이른다. 2,284m까지 올라온 것이다. 바로 옆에 2,440m의 불랙콤이 있다.


남면은 바람이 세게 불어 눈들을 날려버려 검은 바위를 드러내고 있고, 북쪽은 빙하지대로 한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다. 열린 경치가 장관이다. 이걸 어찌 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건너편에 휘슬러 스키장이 있고, 더 멀리로는 이 근처에서 가장 아름다운 블랙 터스크(Black Tusk) 검은 바위산이 보인다. 이리 보아도 산, 저리 보아도 눈에 덮인 산이다. 여기서 바라보면 지난 주에 올라가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싱잉패스(Singing Pass)도 바로 건너에 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으나 사진을 여러 장 찍고 햄버거를 하나 사먹고 에너지를 축적한 후 내려올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득하다. 큰 일이다. 슬로프가 12km나 되니 나 같은 만년 초보자는 온종일 걸리는 거리다. 시계 바늘이 오후 2시를 가리키니 시간이 없다. 나에게 스키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역이다. 다리 힘으로 스키를 타니 온몸이 뒤틀리는 기분이다. 1시간을 내려오니 다행히 하행 리프트에 닿았다. 두 번 리프트를 갈아타고서 겨우 하산하는 데 성공했다.


▲ 휘슬러 가는 길에 보이는 스테이워머스치프. 280개의 등반루트가 있는 대암벽이다.
낮이 긴 여름날이면 우리 산행팀들은 휘슬러를 오른다. 정상이 2,182m이니 대단한 등정인 것 같으나 곤돌라를 타고 1,850m까지 오른 다음 산행을 하게 되니 하루에 다녀올 수 있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가슴이 열리면서도 숨이 막히는 경치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또 여기에는 북미에서 제일 크다는 식당이 있어 여름이면 관광객들로 붐빈다.


바위산 휘슬러를 오른다. 이른 여름철에는 눈이 그대로 있어 눈밭을 걸어야 한다. 2시간쯤이면 정상에 이른다. 산속의 산. 나는 어디로 가고 산만이 거기 있다. 산이 말한다. 여기가 휘슬러 정상이라고-. 360도 전방위가 산이다.



병 덕분에 누린 ‘千山萬里산행’ 호사


우리는 왜 힘들게 산을 오르는가. 나는 힘든 산행 후에 만나는 그 정상이 있어 산에 오른다.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정상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정상까지 오르기에는 힘든 산이 있고 오르지 못하는 산도 있다. 이때에는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정상을 대신하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산길에서 정을 나누는 시인이 있다. 유병옥 시인이다. 지난해에 고희를 맞아 산에서 얻은 주옥같은 시를 모은 시집 <산은 산 따라 흘러도>가 문학마을사에서 상재(上梓)됐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은’이라는 그 분의 글이 신문에 발표된 일이 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월간山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산이 멀리 바라보이는 바닷가에 나와 살아온 지도 스무 해가 넘었다. 해가 돋아 오르는 동녘의 산경들이 장엄하지만 1시간도 더 걸리는 드라이브와 산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조차 모르는 낯설음이 길을 막았다. 그러던 차에 산을 찾게 된 것은 심장병 진단을 받으면서다. 그런지가 벌써 15년 전, 송이가 나는 가을철이라든가 탐석(探石)하러 가는 정도의 운동에 불과했다.


나의 본격적인 산행은 2월 어느 날 해발 1,000m가 훨씬 넘는 사이프러스 산에서 시작됐다. 겨울 산경은 얼음 나무숲. 햇살이 비쳐들면 유리 궁전 같은 산길이 눈부셨다. 산 높이를 더해갈수록 많이도 숨가빠했었다. 한 발짝만 벗어나도 눈속에 허벅지까지 빠지는 힘겨운 등산에 양말과 바지가 온통 젖어버려 질퍽거리는 신을 신은 채 돌아왔다. 아무 것도 모르고 등산길에 나선 것이 잘못이었지만, 그 날 나는 산을 안고 내려왔다. 금요일부터 설레는 토요산행이 이 때부터 시작됐다. 집에 와서 물 한 컵 마시고 잠에 떨어졌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의 가벼움이란-. 전날 겪었던 추위와 고초로 감기에 걸릴 줄 알았는데 거뜬한 것이 오히려 놀라웠다. 덕택에 천산(千山)을 밟아보며 만리(萬里)를 걸었다. 병 때문에 누려본 호사다. 내가 토요 산행을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은 극구 만류했다. 그 상태로 등산한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일 뿐 아니라 오히려 건강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 끓이며 집에 주저앉은 안정은 안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기 잃은 안정으로는 힘을 얻을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음 토요일에도, 그 다음 토요일에도 산행을 이어갔다. 이 때 도움을 준 분이 P회장이다. 늘 내 곁에 머물러 내 발걸음에 맞추어 걸었으니, 곰을 사냥하는 그 분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고마움이 다시 인다.


산사람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세상에서 진 빚을 산바람에 씻어 보내면 고달픈 마음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후련한 맛을 느껴본 사람은 산이 무겁지 않다. 혼자 걷는 산길일수록 호젓한 고향의 품에 다가서는 듯한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마음에 빛이 도는 가벼움이다. 이런 느낌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산이 지니고 있는 신비다. 어쩌면 뛰어난 산경에 매료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크게 자란 나무숲이 베푸는 향연인지, 알 수 없는 힘을 느낀다.



산에는 늘 새로운 날이 있다


산에 오르면 몸을 건강하게 단련할 수 있다는 운동론적인 등산가들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변화다. 명상 요법에서 말하듯 해로운 감정을 멀리 보내고 기쁜 마음을 끌어들이면 마음에 활력이 돈다고 하는데, 산길에 서면 명상을 따로 하지 앉아도 세상 고달픔을 지워나가게 된다. 본디 제 마음이 돌아오는 것이다. ‘상한 마음이 아닌 제 마음’, 그래야 살맛이 나고. 그래야 편안하고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적당하게 등산을 하면서 제 마음을 찾을 때 건강은 회복되고 질병은 물러간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렸다. 주어진 수명을 다하기 위하여 나서는 산길에서 자유로워진 나를 만날 때 느끼는 평안. 산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밴쿠버에 살면서 산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아쉽다. 나에게서 떠나보는 오름이 좋아 산에 가는 이도 있고, 산에 끌리어 가는 사람도 있고, 영적인 맑음을 찾아 오르는 이, 생기 있는 숨을 쉬러 가는 이도 있겠지만, 산에 오르다 보면 자연이 베푸는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들의 영혼을 씻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에 가는 기쁨은 부부가 함께 할 때 더 효과적이다. 가정의 평화와 행복의 열쇠를 같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등산이 좋은 일이어도 어느 한 쪽이 찌푸리고 있다면 좋았던 마음을 얼마나 간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산에 갈 때마다 부부가 꼭 같이 가야 한다. 그리하면 산에서 얻은 밝은 마음을 그 다음 산에 갈 때까지 조금이나마 간직할 수 있다. 그래야 건강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봄이 오기 전에 봄을 만나고, 가을이 오기 전에 가을을 만나고, 겨울이 오기도 전에 겨울을 본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1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새로운 날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날이 산에 있다. 낯선 땅에 와서 낯설음에서 벗어나게 되면 힘이 도는 마음이 되어 온다는 것을 산새들의 울음으로 전해 듣는다. 마음 깊이 산을 고마워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우리가 산다.


휘슬러 정보 www.whistlerblackcomb.com.
숙박예약전화 1-800-944-7853, 604-938-5758.
페리미터(Perimeter·밴쿠버 국제공항~휘슬러 연결버스) 전화 604-266-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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