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의 롱스커트는 무죄!
Mini Cooper S Clubman
미니 50년사에 역사적인 이름이 되살아났다. 1969년 처음 등장한 ‘클럽맨.’ 이름뿐 아니라 테일 게이트 생김새가 그 옛날 클럽맨 에스테이트나 더 오래 전에 선보인 모리스 미니 트래블러, 오스틴 미니 컨트리맨과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현대판 클럽맨은 쭉 늘인 차체에 뒷문짝까지 달았지만, 미니의 생명과도 같은 스타일을 전혀 구기지 않았다. BMW가 미니에게 딱 맞는 롱스커트를 준비한 것이다
한 편의 영화 덕분에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예는 ‘불릿’의 포드 머스탱을 비롯해 여럿 되지만, 미니만큼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가 된 차도 드물다. 1969년 개봉해 2003년 리메이크된 ‘이탈리안 잡’의 진정한 스타라고 할 만큼 미니는 중독성 짙은 깜찍한 디자인으로 광범위한 ‘미니패인’을 만들어왔다.
1950년대 수에즈 원유파동에 대응해 1959년 등장한 이 작디작은 차가 영국 왕실 가족부터 젊은 싱글족, 머리 희끗한 할머니에게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비결은 역시 문화의 힘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미니는 좋은 차여서 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타게 되는 차다. 반세기 동안 매우 다양한 버전이 나왔지만 모두 성공했다고 할 만큼 미니는 예정된 히트작이었다. 2007년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등장한 미니 클럽맨이라고 다를 바 없다. 미니 팬들은 이미 미니를 소유하고도 이 롱스커트를 입은 미니 한 대를 더 사려고 안달이 나 있다.
미니는 실용적이면 안 되는가
클럽맨이란 이름은 미니 역사에서 생소하지 않다. 1969년 등장한 클럽맨은 왜건 버전인 클럽맨 에스테이트와 함께 1980년까지 생산되었다. 일반 미니에 달린 해치 도어가 아니고, 양문형 냉장고처럼 분할식으로 된 테일 게이트(BMW는 스플릿 도어라고 한다)는 영락없이 그 옛날의 클럽맨 에스테이트와 닮았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미니 왜건은 있었다. 1960년 나온 모리스 미니 트래블러가 원조이고, 1967년 등장한 오스틴 미니 컨트리맨 역시 오늘날 미니 클럽맨의 역사적 정체성을 일깨워 준다.
현대판 미니 왜건을 만나기 전 궁금한 점이 많았다. 240여mm 길어진 차체는 미니의 생명과도 같은 깜찍한 외모를 해치지 않았을까. 실내공간과 짐공간은 얼마나 넓어졌나. 연료구 주입구 위치를 바꾸지 못해 오른쪽에만 달았다는 뒷문은 과연 쓸모 있을까. 이런 실용적인 배려가 과연 미니에게 어울리는 것일까…….
실제로 본 클럽맨의 첫인상은 다행히도 미니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해치백 미니를 뒤로 쭉 잡아당긴 듯한 차체는 그런 대로 균형감 있고, A필러에서 C필러까지 이어지는 루프의 경사도 긴장감을 살린 디자인이다.
BMW에서 ‘클럽도어’라 부르는 뒷문은 앞문을 연 상태에서만 열 수 있다. 확장형 픽업트럭의 것처럼 보조 성격의 쪽문이어서 시원스레 드나드는 맛은 없지만, 몸을 김밥처럼 말며 굴러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다. 해치백 미니 1열 동승석에 앉았던 경험을 생각하면 시트를 앞으로 당기지 않고도 뒷좌석에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단, 이 편리함은 크고 취약한 클럽도어의 고무실링과 안전벨트를 헤치고 탑승하는 것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80mm 늘어난 휠베이스가 고스란히 뒷좌석에 할당되어 뒤에 앉았을 때 그나마 다리를 편하게 놓을 수 있게 됐다. 미니에서 이 정도 안락함이면 호사나 다름없다.
늘어난 차 길이에 비하면 실내공간이 좁다고 불평은 말자. 100L나 커진 트렁크(260L)가 준비됐으니 말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접으면 짐공간이 930L에 이르니 미니의 변신은 무죄라고 할 수밖에. 테일 게이트를 열고 짐칸을 바라보면 더욱 근사하다. 좌우로 여닫는 방식이 정겹고 해치 도어처럼 ‘꽝’ 하고 내리치는 것보다 차를 더욱 소중히 다루게 된다. 테일 게이트를 닫았을 때의 모습도 클래식한 것이 멋스럽고, 다정하게 짝을 이룬 한 쌍의 리어 와이퍼와도 잘 어울린다.
해치백보다는 다소 무게부담 느껴져
여기까지는 아주 좋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달리기 성능. 클럽맨이 핫 해치로 불리는 미니 특유의 달리기 성능을 해친다면 미니의 변신은 유죄가 되고 말 것이다.
1.6L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을 얹은 쿠퍼 S 클럽맨은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멈칫거림 없이 뛰쳐나가고, 여전히 폭발적인 응답성을 보인다. 1,60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24.5kg·m)는 거의 5,000rpm까지 6단 자동변속기를 타고 바퀴로 전달된다. 몸무게가 쿠퍼 S 해치백보다 100kg 가량 늘어났지만, 속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최고출력(175마력)이 나오는 5,500rpm까지 회전대를 올릴 필요도 없이 고속에서 충분한 엔진 힘이 전달되고, 터보랙도 상당히 억제되었다.
하지만 코너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때는 늘어난 무게와 휠베이스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120마력의 쿠퍼 클럽맨이라면 좀 더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다. 수치상으로도 쿠퍼 S 클럽맨의 0→시속 100km 가속(7.8초)은 해치백 모델보다 0.5초 느려졌다. 하지만, BMW가 주장한 날카로운 코너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에는 클럽맨의 암팡진 달리기가 매력적이다. 다소 과격한 굽잇길 주행에서도 차체 롤 없이 활기차고 뛰어난 기동성을 보인다.
쿠퍼 S만의 특권인 ASC+T(Automatic Stability Control+Traction)와 언덕길 주행을 돕는 힐 어시스턴트 기능이 내장된 DSC(Dynamic Stability Control)는 탄탄한 코너링을 만들고, 새롭게 더해진 전자식 파워 보조 스티어링 장치(EPAS)도 민첩한 주행을 완성한다. 다만, 클럽맨은 뒷유리 가운데를 가르는 기둥 때문에 뒷시야가 나빠졌다는 점이 큰 아쉬움이다.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클럽맨은 실용성이 조금 더해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에 비해 달리기 성능은 많이 포기했다고 할 수 있을까. 기자는 그 어느 쪽도 조금의 포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값은 쿠퍼 S 해치백보다 쿠퍼 S 클럽맨이 130만 원 정도 비쌀 뿐이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사실은 해치백이건 왜건이건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만한 미니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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